Terms 조항이란 계약의 내용 contents of a contract을 의미한다.
계약의 terms 조항들은 계약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할 의무의 범위 extent of the parties’ obligations을 결정짓는다. 계약이 원만하게 이행될 때는 문제가 없으나, 만약 상황이 잘못되었을 때 if things go wrong 당사자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법적 분쟁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계약의 조항 terms는 여러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조항 terms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origin)에 따라 명시적 조항 express terms 혹은 묵시적 조항 implied terms로 구분할 수 있고, 또한 조항의 중요성에 따라 조건 condition 혹은 보증 warranty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Express Terms & Implied Terms 명시적 조항과 묵시적 조항
Express terms 명시적 조항은, 계약 당사자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합의된 조항을 말한다. 이는 서면 in writing이나 구두 oral로도 가능하지만, 명확성을 위해서는 서면으로 작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두나 서면으로 된 진술 중 일부는 양 당사자가 합의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논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Implied terms 묵시적 조항은, 당사자들이 명시적으로 생성하지 않았으나 계약 내로 묵시적으로 편입되는 조항을 말한다. 이러한 조항들이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 by the courts이나 제정법의 규정 by statutes에 의해 계약으로 편입 incorporated되어야 한다.
조건 Condition, 보증 Warranty, 그리고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
계약법에서 모든 조항 terms이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항은 계약의 핵심을 이루는 반면, 어떤 조항은 부수적인 사항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의 중요도에 따른 분류는 계약 위반 breach of contract이 발행할 경우 피해 당사자가 어떤 법적 구제 수단 remedies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영국 계약법은 전통적으로 조항을 조건 condition과 보증 warranty으로 양분했으나, 현대에는 그 중간 영역인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적 분류: 조건 Condition과 보증 Warranty
법원은 일차적으로 계약 성립 당시 formation of contract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해당 조항이 조건인지 보증인지를 분류한다. 이는 위반의 결과가 아니라 조항 자체의 성격을 기준으로 한다.
조건 condition 조항은 ‘계약의 뿌리 root of a contract’에 해당하는 중요한 조항 major term이다. 조건 condition 조항이 위반된 경우, 피해 당사자 innocent party는 계약을 해제 terminate할 권리를 갖는다. 동시에 위반의 결과로 인한 손실 loss에 대한 손해배상 damages도 청구할 수 있다. 설령 위반으로 인한 실질적인 손해가 경미하더라도, 조건 condition 조항이 위반되었다면 피해 당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피해 당사자에게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반면, 보증 warranty 조항은 계약의 주된 목적 달성에 필수적이지 않은 부수적인 조항 minor term이다. (여기서 warranty는 품질보증서의 의미가 아니라 계약법적 용어임에 유의해야 한다.) 보증 warranty 조항이 위반된 경우, 피해 당사자는 오직 손해배상 damages만 청구할 수 있다. 계약을 해제할 권리는 없다. 설령 위반으로 인한 손해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보증 warranty 조항 위반에 불과하다면 피해 당사자는 계약을 유지하면서 금전적 배상 damages만 받아야 한다.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이 조항은 조건 condition이다”라고 명시했다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이를 존중하여 법적 의미의 조건 condition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추정은 반박 가능하다. 조항의 명칭보다는 계약 전체의 맥락 context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Schuler AG v Wickman Ltd [1974] AC 235
Schuler v Wickman 판례에서 제조사와 대리점은 “매주 6곳의 주요 고객사를 방문해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이를 조건 condition이라고 명시했다. 대리점이 방문을 놓치자 제조사는 계약 해제 termination을 통보했다. 그러나 상원 House of Lords은 계약 기간 동안 총 1,400회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데, 단 한 번의 방문 누락으로 계약 전체를 해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당사자가 조건 condition이라는 단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를 실질적으로 보증 warranty로 해석하여 계약 해제권 행사를 막았다.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는 법적 확실성 certainty를 보장한다. 당사자들은 어떤 조항이 위반되었을 때 계약이 해제될 수 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유연성 flexibility가 부족하여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소한 조건 위반으로 계약이 파기되거나, 심각한 보증 위반에도 계약에 묶여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대적 접근: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
전통적 분류의 경직성을 해결하기 위해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 혹은 중간 조항 intermediate terms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은 계약 성립 시점에 조건 condition인지 보증 warranty인지 미리 분류하지 않고, 계약의 위반 breach가 발생한 후 그 위반의 법적 효력 legal effect of breach를 가늠하여 판단하는 조항이다. 법원은 위반의 결과가 피해 당사자로부터 계약의 전체 혜택 whole benefit을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효력을 가져오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피해자의 구제 remedy 수단을 결정한다.
그러나 복잡한 사건들에서는 계약서 조항만으로 위반 breach의 법적 효력 effect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모호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위반의 효력 effect이 아닌 위반의 사실적 결과 factual consequences를 살펴보고 결정한다. 만약 계약 위반의 실질적인 결과 consequences가 피해 당사자로부터 계약의 혜택을 박탈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라면, 조건 condition 위반처럼 취급하여 계약 해제권을 인정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증 warranty 위반처럼 취급하여 손해배상 damages만 인정한다. Hong Kong Fir Shipping v Kawasaki Kisen [1962] 2 QB 26
Hong Kong Fir Shipping 사건의 선박 용선 계약에서 선주는 “해항 능력 seaworthiness를 갖춘 배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엔진 고장으로 인해 24개월의 계약 기간 중 약 20주 동안 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용선자는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 했다. 전통적으로 해항 능력 조항은 조건 condition으로 간주되었으나, 법원은 엔진 고장이 심각하긴 했어도 계약 기간 전체에 비추어 볼 때 “계약 전체 혜택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조항을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으로 보고, 보증 warranty 위반처럼 취급하여 계약 해제 termination은 불가하고 손해배상 damages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단 순서 Hierarchy
법원은 조건 condition과 보증 warranty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전통적 방식을 따르거나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 을 인정하는 현대적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우선순위 hierarchy에 따른 선택을 한다.
첫번째, 만약 특정 제정법 statutes에서 어떤 조항 terms들을 조건 condition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면, 법원은 해당 제정법의 규정을 우선적으로 따른다. 예를 들어 Sale of Goods Act 1979 등의 제정법이 규정한 묵시적 조항 implied terms들이 해당된다.
두번째,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이 조항의 위반 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명확하게 합의했다면 법원의 그 계약 조항을 존중한다.
세번째, 기존 판례 precedent 로서 특정 유형의 조항 terms들을 이미 조건 condition이라고 확립해 두었다면 (예: 무역 계약에서의 선적 시기 등), 판례법으로 확립된 법리를 따른다.
마지막으로, 위의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법원은 Hong Kong Fir Shipping 판례의 접근법을 따라 무명 조항 innominate terms으로 해당 조항을 심사하여 계약 위반의 사실적 결과 factual consequence of the breach를 살펴보고 피해 당사자의 구제 remedy 수단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