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헌법의 법원法源 (1) – Acts of Parliament 의회 제정법

이전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국 헌법은 ‘헌법’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일한 제정법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헌법적 법원法源으로 구성되어 있는 불문 (unwritten) 헌법이다.

영국 헌법의 법원法源 (Sources of the UK Constitution)은 크게 다음의 4가지로 나누어 구성된다:

  1. 의회가 제정하는 제정법 (Acts of Parliament)
  2. 법원에서 생산되는 판례법 (Case law)
  3. 국왕 (The Crown)이 고유하게 보유하는 권한, 특권, 면책권의 총체를 의미하는 국왕대권 國王大權 (The Royal Prerogative)
  4. 헌법적 관습 (Constitutional conventions)

Acts of Parliament 의회 제정법

영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군주 (The Crown)와 귀족들 (Aristocracies) 그리고 일반 대중 (The General Public)이 정치적으로 투쟁하고 논쟁하고 합의할 때 마다 그 결과물들이 다수의 제정법으로 남겨졌으므로, ‘헌법’이라는 단일한 제정법 Statute이 아닌 다수의 제정법들이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정의한다. 그러한 헌법적 Constitutional 제정법들을 한 데 묶어 영국 헌법의 주요 법원法源으로 인식한다.

헌법의 법원法源에 해당하는 제정법들에 대한 리스트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과거와 현재의 영국 사법시스템 내에서 헌법적이라고 인식되고 참조된 제정법들을 영국 헌법의 법원法源이라고 인정한다. 따라서 현재 법원法源으로 여겨지는 제정법들이 미래에 제외될 수 있으며, 새로운 제정법이 헌법적 가치를 인정받아 영국 헌법의 새로운 법원法源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Magna Carta 1215

Magna Carta 1215 대헌장大憲章은 군주의 권력 제한과 개인의 권리 보장을 최초로 선언한 상징적 가치를 지닌다.

왕권의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국왕 역시 법 아래에 있으며 국왕을 포함한 누구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법치주의 Rule of Law 원칙을 최초로 명문화하였다. 또한, 기본권 보장에 대하여는, 자유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법의 정당한 절차 없이는 누구도 체포되거나 구금될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Bill of Rights 1689

Bill of Rights 1689 권리장전權利章典은 1688년의 명예혁명 (Glorious Revolution)의 결과로 제정되었으며, 군주가 자의적으로 의회 Parliament의 법률을 정지하거나 의회의 동의 없이 과세하는 권한을 제거하였다. 또한 의회 선거가 군주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하고, 의회 내 발언과 토론의 자유를 보장했다.

권리장전權利章典은 왕권을 제한하고 의회의 권리를 확립함으로써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 원칙의 기초가 되었다.

Act of Settlement 1701

Act of Settlement 1701는 영국 왕위는 가톨릭교도에게 계승될 수 없으며 가톨릭교도와 결혼한 사람의 왕위 계승권을 박탈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외견적으로는 영국 왕위 계승의 원칙을 정한 법률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헌법적 독립과 의회주권議會主權 원칙을 강화한 중요한 역할을 한 제정법이다.

판사는 국왕의 의지에 따라 해고될 수 없으며 의회의 승인을 통해서만 해고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화하다. 또한 국왕이 해외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국외에서 전쟁을 벌일 경우 반드시 의회의 동의를 받을 것을 명문화하여,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 원칙을 확립하였다.

Acts of Union 1706-07

Acts of Union 1706-07은 England와 Scotland 두 나라가 Great Britain이라는 한 나라로 통합되도록 한 법률이다. 같은 법률이 Scotland에서 1706년에 먼저 통과된 후 England에서는 1707년에 통과되었기에, Acts of Union 1706-07로 통칭한다.

당시 England와 Scotland는 같은 국왕이 통치하지만, 의회와 법률체계는 별개인 2개의 다른 나라였다. England에서 1701년에 Act of Settlement가 통과된 이후 해당 법률이 효력을 갖지 않는 Scotland에서 다른 국왕이 왕위를 계승하여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될 위험을 막기 위해 Acts of Union을 통해 두 국가를 통합하게 되었다.

Acts of Union 1706-07은 국가의 창설과 통합이 전쟁이나 정복활동이 아닌 헌법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또한, 두 국가의 의회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두 국가의 정치적 주권 역시 새로 설립된 단일 의회로 이관됨으로써,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의 원칙이 재확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Act of Settlement 1701를 계승하여, 의회가 법률을 통해 왕위계승자를 결정할 권한이 있음을 확정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며, 군주의 전쟁 활동은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함을 재확인하여, 의회의 권한이 왕보다 우위에 있다는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여 입헌군주제의 기초를 다졌다.

Parliament Acts 1911 & 1949

Parliament Acts 1911는 1900년대 영국 상원 (House of Lords)이 하원 (House of Commons)에서 발의한 예산안 법률 (Money Bills)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헌법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세금 과세에 대한 결정은 하원에서만 할 수 있다는 헌법적 관습을 법제화하여, 하원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상원에서 1개월 이내에 승인하도록 규정했다.

예산안 외의 일반 법안 (Bills)들에 대해서도 상원의 거부권을 제한했다. 만약 상원의 거부로 인해 하원에서 3회기 (parliamentary sessions) 연속으로 동일한 법안을 통과시키면, 상원의 동의 없이도 법률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Parliament Act 1949는 1911년 법률을 더욱 강화하여, 상원의 거부가 있을 경우 하원에서 2회기 (parliamentary sessions) 연속으로 동일 법안을 통과시키면, 상원의 동의 없이 법률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Parliament Acts 1911Parliament Act 1949는 영국 헌법에서 상원 의회에 대한 하원 의회 우위 (primacy of the House of Commons) 원칙을 확립했다. 비선출직 세습 귀족들로 이루어진 상원 (House of Lords)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의원 (Members of Parliament)들로 구성된 하원 (House of Commons)의 입법권을 강화했다. 국왕의 왕권 뿐만 아니라 세습 귀족들의 권한까지도 법률로 제한하게 됨으로써, 법치주의 Rule of Law 원칙에 기초한 민주주의적 입헌군주제를 다지는 중요한 헌법적 성과를 이루어 냈다.

Police and Criminal Evidence Act 1984

Police and Criminal Evidence Act 1984는 국가 권력과 시민 자유 사이의 균형을 확립한 중요한 법률이다. 영국에서는 종종 PACE라고 약칭한다.

이전까지는 경찰의 권한 범위와 한계에 대해 다수의 모호하고 서로 상충되는 법 규정들을 참조해온 탓에 경찰력의 남용으로 인한 시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하는 문제들이 늘 발생해왔다. PACE는 경찰의 구체적 행동 지침을 명시한 Codes of Practice를 포함하여, 정지 및 수색, 체포, 구금, 심문, 증거 수집 등의 주요한 경찰 권한에 대한 통일된 법적 틀 legal frame을 정했다. 따라서 경찰은 법률에 근거해서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자의적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법치주의 Rule of Law 원칙을 강화했다.

또한, PACE는 피의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변호인 접견권, 체포 사유 고지, 진술 거부권 고지 등의 피의자 권리와 여러 중요한 절차적 보호 장치들을 법률에 명문화하여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European Communities Act 1972

European Communities Act 1972는 영국이 유럽연합 European Union 회원국일 당시, 유럽연합법 EU Law와 유럽연합 법률체계를 영국 국내법에 도입하기 위해 제정되었던 법률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Brexit의 과정에서 European Union (Withdrawal) Act 2018에 의해 폐지되어 헌법적 가치를 잃었으므로 더 이상 법원法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급하는 이유는, 영국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법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uropean Communities Act 1972는 EU의 법률, 조약, 규정, 지침 등이 별도의 영국내 입법 과정 없이 영국에서 직접적인 효력을 갖도록 했다. 또한, 동법은 유럽연합법 EU Law와 영국 국내법이 충돌하는 경우, 유럽연합법을 우선 적용하는 유럽연합법 우위 EU Law Supremacy를 인정했다. 즉, 영국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로 구성된 영국 하원 (House of Commons)에서 제정한 영국 국내법이 영국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영국 외부에서 제정된 EU법과 충돌할 경우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는 의회가 법률을 제정해야만 법률로써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였다. 그러한 예외를 영국 의회 스스로 법제화하여 자발적으로 주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술한 바와 같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Brexit로 인해 European Communities Act 1972는 폐지 repealed되어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는다.

Public Order Act 1986

Public Order Act 1986는 영국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freedom of assembly와 공공질서 public order 유지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제정되었다. 시민의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행사나 집회가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규제하며, 동시에 경찰에게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을 명문화하여 행사 가능한 공권력을 범위를 정했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의 위협, 모욕적 행위, 폭력 행사 등을 규제하고, 예정된 집회에 질서 유지 및 범죄 예방 등의 조건을 부과하거나, 조건을 위반한 집회를 합법적으로 해산시킬 권한 등을 규정했다.

Public Order Act 1986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질서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헌법적 논의의 결과물이다.

Human Rights Act 1998

Human Rights Act 1998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유럽인권협약 ECHR)을 영국 국내법으로 implement한 결과물이다. HRA로 대개 약칭한다. 영국은 유럽연합 EU와는 별개로 해당 협약에 서명했으므로,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무관하게 HRA는 효력을 지니며 중요한 헌법적 법원法源의 기능을 한다.

인권 Human Rights에 관하여 별도의 제정법이 없었던 탓에 영국 국민들은 정부 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영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경우, 준거법으로 사용할 제정법이나 뚜렷한 authority로 기능할 판례법 case law를 찾을 수 없었다. HRA가 ECHR의 핵심적인 권리들 (생명권, 공정 재판권, 표현의 자유 등)을 영국 국내 법으로 편입시킴으로써, 비로소 시민들은 영국 법원에서 정부 기관을 상대로 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HRA는 법원이 HRA 외의 기존의 다른 제정법들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에 ECHR과 HRA의 규정에 부합하도록 해석하고 적용해야 함을 규정했다. 이는 법원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과정에서 인권 보호가 우선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어떤 기존 법률이 HRA 및 ECHR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문제가 되는 기존 법률에 대해 HRA 및 ECHR과의 Incompatibility 불합치를 선언할 수 있게 되었다. 법원은 여전히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 원칙을 존중하므로, 법원의 incompatibility 선언은 해당 법률을 무효화 하지는 못하지만, 인권 보호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게끔 유도하는 정치적 압력의 효과를 가져왔다.

HRA는 영국 법률 시스템에 인권을 깊숙이 통합시켰고, 의회주권議會主權을 유지하면서도 사법부의 인권 보호 역할을 확대하는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진다.

Acts of Devolution 분권 법률

1990년대 말에 제정된 Acts of Devolution 분권 법률에는 Scotland Act 1998, Northern Ireland Act 1998, Government of Wales Act 1998 등의 3가지가 있다. 각 법률들은 Scotland, Northern Ireland, Wales 에 지방 행정부와 의회를 설립하여 중앙 정부의 권한을 부분적으로 이양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의회주권議會主權을 기반으로 한 단일국가 시스템에서, 의도적으로 권력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사실상 준연방제 (quasi-federal system)에 가까운 분권적 시도이다. 또한 이 세 법률들은, 다른 일반 법률들과 달리, 이후에 제정된 법률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폐지되거나 수정될 수 없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이는 의회주권議會主의 제약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진다.

Constitutional Reform Act 2005

Constitutional Reform Act 2005는 이름 그대로 헌법을 개혁하는 법률이다. 영국 사법시스템의 오랜 관행과 전통을 현대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권력 분립 Separation of Powers의 원칙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Lord Chancellor 직책은 사법부의 수장임과 동시에, 상원 (House of Lords) 의장과 내각 장관 Cabinet Minister를 겸임하였다. 사법부의 수장이 입법부와 행정부에 걸쳐서 지위를 가지는 점은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긴 세월을 거치며 천천히 민주적 입헌군주제로 변화해 온 영국 역사 속에서 용인되어 왔다.

Constitutional Reform Act 2005는 비로소 Lord Chancellor의 사법부 수장 역할과 법관 임명 권한을 폐지하고, 상원 (House of Lords) 의장은 별도로 선출하게 하여 그 역할도 폐지했다. 결과적으로 Lord Chancellor는 법무부 장관으로 행정부 내각에만 남아,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 분립에 충실하게 되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영국의 최고 항소 법원은 입법부의 일부인 상원 항소위원회 (Appellate Committee of the House of Lords)였다. 이 점 역시 입법부와 사법부가 혼재되어 있는 형태였다. 따라서, Constitutional Reform Act 2005는 영국 대법원 (UK Supreme Court)을 새로 설립하여 입법부와 사법부를 완전히 분리해 냄으로써, 법원 판결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시키게 되었다.

European Union (Withdrawal) Act 2018

European Union (Withdrawal) Act 2018은 이름 그대로 영국이 유럽연합 European Union (EU)을 탈퇴하는 과정을 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동법은 영국 의회가 스스로 제정했던 European Communities Act 1972를 폐지하여, 유럽연합법 EU Law이 영국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무효화하고 영국 헌법의 핵심인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overeignty 원칙을 회복했다.

그러나 수십년 간 영국 내에서 시행된 EU Law들이 Brexit 이후 한 순간에 효력을 상실할 경우 발생할 국가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EU Law들을 Retained EU law (잔존 유럽연합법)으로 분류하여 존속시켰다. 즉, EU Law Supremacy를 제거하고 해당 유럽연합 법률들에 영국 국내법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영국 의회의 의지에 따라 언제라도 개정하거나 폐지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