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법, 특히 England와 Wales의 사법시스템은 보통법 Common Law을 기반으로 하며, 그 핵심에는 선례구속의 원칙 Doctrine of Precedent, 라틴어로는 Stare Decisis가 자리 잡고 있다.
Stare Decisis는 “결정된 것을 따른다 stand by what has been decided”는 의미로, 과거에 법원이 내린 판결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실 관계를 가진 미래의 사건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원칙이다.
이는 사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유사한 사건은 유사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원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판결의 어떤 부분이 구속력을 갖는지, 그리고 어떤 법원의 판결이 다른 법원을 구속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
판결의 구성 요소와 구속력 Ratio Decidendi
선례구속의 원칙 Stare Decisis 하에서 이전 사건의 모든 내용이 후속 사건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후속 사건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판결의 이유, 즉 Ratio Decidendi이다.
Ratio Decidendi는 판사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로 취급한 법적 규칙 rule of law을 의미한다. 명시적으로 서술되거나 묵시적으로 전제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사건의 사실 관계에 적용된 법적 원칙이다.
후속 사건에서 판사는 이전 판례를 분석하여 이 Ratio Decidendi를 추출해 내고, 현재 사건의 사실 관계가 이전 사건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이를 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구속력이 없는 진술 Obiter Dicta
판결문에는 Ratio Decidendi 외에도 판사가 언급한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는데, 이를 Obiter Dicta (단수형은 Obiter Dictum)라고 한다.
이는 “그저 지나가면서 한 말 other things said”이라는 의미로, 판사의 결론에 도달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은 법적 진술을 말한다. Obiter Dicta는 법적 구속력 binding force은 없으나, 후속 사건에서 판사에게 설득력 있는 권위 persuasive authority를 가질 수 있다.
어떤 진술이 Obiter Dicta로 분류되는지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 첫째, 판사가 특정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더 넓은 법적 원칙을 진술하는 경우이다.
- 둘째, 만약 사건의 사실 관계가 달랐다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에 대해 판사가 추측하거나 가정하여 진술하는 경우이다.
- 셋째, 선례에 구속되지 않았다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언급하는 경우이다.
- 넷째, 다수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반대 의견 dissenting judgment에 포함된 법적 견해 또한 Obiter Dicta에 해당한다. 비록 구속력은 없으나, 상급 법원의 저명한 판사가 남긴 Obiter Dicta는 하급 법원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원의 위계와 선례의 적용 Hierarchy of Courts
선례구속의 원칙 Stare Decisis은 법원 간의 위계 질서에 따라 수직적 및 수평적으로 작동한다.
수직적으로는 상급 법원의 판결이 하급 법원을 구속한다.
최상위 법원인 대법원 Supreme Court (2009년 이전의 상원 House of Lords)의 판결은 하급의 모든 법원을 구속한다. 그 아래의 항소 법원 Court of Appeal은 고등 법원 High Court과 그 하위 법원들을 구속하며, 고등 법원 High Court은 하급 법원들을 구속한다.
수평적 구속력, 즉 법원이 자신의 과거 판결에 구속되는지 여부는 법원마다 다르다.
대법원 Supreme Court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과거 판결을 따르지만, The Practice Statement [1966]에 따라 그것이 옳다고 판단되는 경우 appears right to do so 과거의 판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는 법의 경직성을 방지하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항소법원 Court of Appeal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과거 판결에 구속되나, Young v Bristol Aeroplane [1944] 판례에서 확립된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그 예외로는 자신의 과거 판결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상급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과 배치되는 경우, 또는 과거 판결이 법률이나 구속력 있는 규칙을 간과한 채 내려진 경우 per incuriam 등이 있다.
선례의 회피 Distinguishing, Overruling and Reversing
법원은 선례에 구속되지만, 부당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선례의 적용을 배제하는 기법들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별 Distinguishing이다. 판사는 현재 사건의 중요한 사실 관계 material facts가 선례가 된 사건의 사실 관계와 다르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선례의 Ratio Decidendi가 현재 사건에 적용되지 않음을 선언할 수 있다.
파기 Overruling는 상급 법원이 하급 법원 (또는 경우에 따라 동급 법원)이 과거의 다른 사건에서 세운 법적 원칙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이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이는 법을 변경하는 효과를 가진다.
반면 파기 환송 혹은 번복 Reversing은 상급 법원이 동일한 사건의 항소심에서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Overruling은 법적 원칙 (판례) 자체를 없애는 것이고, Reversing은 특정 사건의 승패를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