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헌법의 법원法源 (3) – The Royal Prerogative & Constitutional Conventions 국왕대권國王大權과 헌법적 관습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영국 헌법의 법원法源 (Sources of the UK Constitution)은 크게 다음의 4가지로 나누어 구성된다. 이번 글에서는 The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國王大權과 Constitutional Conventions 헌법적 관습에 대해 알아본다.

  1. 의회가 제정하는 제정법 (Acts of Parliament)
  2. 법원에서 생산되는 판례법 (Case law)
  3. 국왕 (The Crown)이 고유하게 보유하는 권한, 특권, 면책권의 총체를 의미하는 국왕대권 國王大權 (The Royal Prerogative )
  4. 헌법적 관습 (Constitutional conventions)

The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國王大權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國王大權은 과거 영국의 절대 군주가 행사하던 권한 중에서, 시간이 지나도 의회에 의해 폐지되지 않고 남아 있는 권한들을 말한다. 원래는 군주가 모든 통치 영역을 직접 다루던 막강한 권력이었지만, 의회주권議會主權 Parliamentary Supremacy 원칙의 확립과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권한은 법률로 대체되거나 제한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Prerogative는 역사적 잔여물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정부 운영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Crown Proceedings Act 1947은 Royal Prerogative를 크게 축소시킨 중요한 법률이다. 이전까지는 군주가 불법행위나 계약상 책임에서 면책되었지만, 이 법률로 인해 국가를 상대로도 일반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률로 말미암아 ‘법 위의 존재’라는 군주의 특권이 폐지되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國王大權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 대외적 권한foreign affairs: 전쟁 선포, 군대의 해외 파병, 외국과의 조약 체결, 외국 국가 승인 등 국가의 대외 관계와 관련된 권한들
  • 국내적 권한 domestic affairs: 의회 소집, 총리 및 장관의 임명과 해임, 법률안에 대한 Royal Assent (왕실 재가), 군대 배치, 사면권 (pardon & mercy), 공적 영예 (honour) 수여 등

이론적으로는 여전히 군주의 권한으로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헌법적 관습 Constitutional Convention에 따라 군주의 위임 delegation을 받은 총리와 내각이 군주의 이름으로 권한들을 대신 행사한다. 예를 들어, 의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군주가 Royal Assent를 거부한 것은 1708년이 마지막이었다. 오늘날 이 권한들은 단순히 형식적 절차일 뿐이며 군주가 직접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國王大權을 사용하여 군주가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완전히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치주의 Rule of Law, 권력분립 Separation of Powers, 의회주권 Parliamentary Supremacy 원칙들을 지지하기 위해 Prerogative의 직접적인 행사를 군주가 자발적으로 중지했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민주주의적 입헌군주제가 완전히 자리잡은 현재 시점에 영국 국왕이 직접적으로 Prerogative를 행사한다면 헌정질서의 혼란 혹은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매우 최근의 판례에서도 Prerogative의 한계가 다루어졌다. Miller v SoS for Exiting the EU [2017] UKSC 5 이 사건에서 법원은, EU 탈퇴는 국내법상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헌법적 결정이므로, Royal Prerogative 만으로 결정될 수 없으며 반드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Constitutional Conventions (헌법적 관습)

헌법적 관습은 헌법 질서 안에서 국가 기관이나 공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해주는 비법적非法的 규칙이다. 법률로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 현실 속에서 강력한 실질적 구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법원이 직접 집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지켜야 하는 유연한 정치적 약속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헌법적 관습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로, 군주의 광범위한 법적 권한을 제한하여 민주주의 원리에 맞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두번째로, 급진적이거나 광범위한 제도 개혁 없이도 헌법 체계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세번째로, 정부가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 권력분립의 균형을 유지한다.

대표적인 Constitutional Conventions 헌법적 관습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군주는 정부 정책에 개입하지 않는다.
  • 군주는 의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Royal Assent를 거부하지 않는다.
  • 총리는 반드시 하원 의원이어야 한다.
  • 장관들은 하원 또는 상원의원이어야 하며, 총리의 조언 (advice)에 따라 군주가 임명하고 해임한다.
  • 장관은 개별적으로 자신의 부처에 대해 책임을 지며 (individual responsibility), 내각 전체는 집단적 결정을 함께 책임진다 (collective responsibility).
  • Salisbury Convention에 따라 상원은 선거에서 하원이 약속한 주요 법안을 거부하지 않는다.
  • 사법부는 정치적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국회의원은 판사를 공개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법원은 Constitutional Conventions 헌법적 관습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이를 강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러한 헌법적 관습들이 법률적 정의로 기능하기 보다는 현실 정치의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섬세하게 대응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원은 판례를 통해 헌법적 관습과 모순되는 입법이 가능하며, 아예 헌법적 관습을 집행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Madzimbamuto v Lardner-Burke [1969] 1 AC 645

또한 법원은 특정 헌법적 관습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예를 들어 내각 기밀 유지의 의무), 그 위반을 근거로 법적 처벌을 판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므로 헌법적 관습은 법률적 강제력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과 책임을 통해 지켜지는 규칙으로 기능한다. A-G v Jonathan Cape [1976] QB 752

일부 학자들은 헌법적 관습을 법률로 성문화 codification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습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면 그 유연성을 잃어 오히려 헌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현재의 다수 의견이다. 따라서 영국의 헌법적 전통은, 관습을 성문화하지 않고 정치적 책임을 통해 실질적 효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