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aration between the Executive and the Judiciary 행정부와 사법부의 분리
영국 헌법에서 사법부의 독립 Judicial Independence은 권력분립 Separation of Powers 원칙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사법부 The Judiciary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행정부 The Executive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독립적인 기구인 사법임명위원회 Judicial Appointments Commission (JAC)를 통해 판사 임명을 처리한다. 이 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행정부가 판사 임명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사법부의 판사들은 법적 근거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다. Act of Settlement 1701은 고등법원의 판사들의 Good Behaviour, 즉 성실한 직무 수행이 지속되는 한 해임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후 Senior Courts Act 1981과 Constitutional Reform Act 2005는 이러한 신분 보장 Security of Tenure을 재확인하며, 정부가 판결 내용에 불만을 가진다고 해서 판사를 해임할 수 없도록 했다.
판사의 급여는 독립된 기구인 Senior Salaries Review Board가 정하고, 국가 재정으로 마련된 통합 기금 Consolidated Fund에서 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행정부를 비롯한 외부의 승인을 매년 받을 필요가 없다. 이는 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판사들의 급여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법부 내의 사법 행정과 절차들은 Contempt of Court Act 1981에 의해 외부 간섭에서 자유롭도록 보장되므로, 판사들은 자신의 사법 행위 Judicial Actions와 관련한 Tort Claims로부터 광범위한 면책 Wide-ranging Immunity을 유지한다. 즉, 패소한 소송당사자가 판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
Constitutional Conventions 헌법적 관습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정부는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사법부 구성원들도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또한 Sub-judice 원칙에 따라 행정부의 내각 장관 Cabinet Minister이나 의회 Parliament는 현재 재판 중이거나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과 헌법적 관습이 결합되어 영국 사법부 The Judiciary의 독립이 유지된다.
특히 Constitutional Reform Act 2005는 사법부 독립을 제도적으로 한층 강화했다. 동법은 영국 대법원 UK Supreme Court을 신설하여 상원 House of Lords의 사법기능을 대체했고, 법원 수장 Head of Judiciary의 지위를 기존의 Lord Chancellor (내각 장관)에서 Lord Chief Justice로 이전하여, Lord Chancellor의 정치적 역할과 사법적 역할을 분리했다.
동법은, 독립기구인 사법임명위원회 JAC를 통해 판사 임명 절차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자격과 능력 Merits에 근거해 이루어지도록 했다. 대법원 Supreme Court 판사의 공석 충원은 총리 Prime Minister의 조언을 받은 국왕 (The Crown)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총리는 Lord Chancellor 법무부 장관의 권고와 Supreme Court 및 JAC 구성원들의 추천에 기반하여 국왕에게 조언한다. 또한, 총리는Lord Chief Justice, Master of the Rolls, Court of Appeal 항소법원 판사들, Family Division과 King’s Bench Division의 수장, High Court 고등법원 판사의 공석 충원에 관하여도 같은 방식으로 국왕에게 조언한다. 따라서, 실제 추천이 이루어지는 JAC가 임명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여, 정치적 개입이나 사법부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중첩과 그 문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The Executive와 사법부 The Judiciary의 역할이 중첩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특히 행정부가 Quasi-judicial 준사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Human Rights Act 1998의 시행 이후, 행정부의 내각 장관 Cabinet Minister들이 행사해 온 준사법적 권한이 유럽인권협약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상의 권리들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행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R (Anderson) v Home Dept [2002] 사건에서 법원은, 형사재판을 통해 피고의 복역 기간이 이미 판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무장관이 수감자의 복역 기간을 추가하거나 연장하는 것은 Article 6 공정한 재판 Fair Trial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Belmarsh Case [2005] 사건에서는 테러용의자의 국적에 따라 무기한 구금을 결정하는 것은 Article 5 자유권 및 Article 14 차별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여러 영역에서 준사법적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정부의 여러가지 행정 명령이나 결정들에 대한 재심 요청을 다루는 행정심판소 Administrative Tribunal의 경우, 사실상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행정부 구성원이 참여하고 운영하는 행정부 기관이다. 또한, 국가적 사업을 위해 일반 개인 혹은 기업 소유의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강제수용명령 Compulsory Purchase Orders (CPOs) 역시 준사법적 성격을 지니지만, 법원을 통한 수용명령의 판결을 받는 것이 아니라 관련 행정부처의 장관이 직접 수용명령을 내린다.
행정부의 이러한 Quasi-judicial 준사법적 권한들은 법률적, 헌법적 논란을 낳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법부는 Judicial Review 사법심사를 통해 행정부의 권한 행사를 검토하고 심사한다. 만약 행정부의 권한이 비합리적이거나 목적을 벗어난 방식으로 행사되었을 경우, 법원은 문제의 해당 행정에 대하여 위법하다고 선언할 수 있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
사법부의 독립 Judicial Independence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핵심 장치다. 독립된 사법부는 정부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통제하며, 법치주의 Rule of Law 원칙을 지켜낸다. 영국 정치지형의 특성 상 행정부 (총리 및 내각 장관)와 입법부 (하원 다수당 의원)의 뚜렷한 중첩이 늘 발생하고, 그로 인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충분히 감시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도, 사법부는 행정부의 행위를 보다 면밀히 검토할 수 있다.
영국 헌법에는 성문 codified 헌법적 규정이 없으므로, 법원이 내각 장관들의 특정 행정 행위 혹은 위임입법 (delegated legislation) 행위를 위헌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의 사법부는 Judicial Review 사법심사를 통해 행정부가 법률에 부여된 권한을 초과하거나 남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Judicial Review 사법심사를 통해 법원은 행정부의 결정이 관련 법률 (statutes)로부터 부여 받은 합법적인 절차와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되, 행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 자체는 판단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법부는 행정부의 결정이나 행위의 합법성 Legality 만을 심사하며, 행위의 타당성 Merits은 심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타당성에 대한 심사는 정부 스스로의 역할이지 법원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법원은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 國王大權에 대하여도 그 권한 행사의 합법성을 심사한다. 예를 들어, 국왕이 칙령을 통해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Royal Prerogative를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Case of Proclamations (1610) 12 Co Rep 74 또한, 기존 Royal Prerogative의 적용 범위가 자의적으로 확장되는 것 역시 금지했다. BBC v Johns [1965] Ch 32
또한 법원은, 행정부가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 國王大權에 근거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 대하여도 일정한 한도 내에서 심사해왔다. 법원의 전통적인 입장은, 권한의 행사가 법률로 규정된 경우 합법성을 심사할 수 있으나, 해당 권한이 왕권에서 파생된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국제 조약 체결 권한은 왕권에서 파생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Blackburn v A-G [1971] 2 All ER 1380
이후의 법원은 행정부의 권한 행사가 법률과 왕권 어느 쪽에 근거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모두 심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일부 Royal Prerogative 권한 행사에 대하여는 여전히 사법심사 불가 Non-justiciable로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국제 조약 체결, 군대 통제, 국가 방위, 의회 해산, 사면 Prerogative of Mercy, 영예 Honours 수여 등의 고도의 정치적 영역에 대하여는 사법적 개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았다. CCSU v Minister for Civil Service [1984] 3 All ER 935
사법부 스스로 제한을 두는 범위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중이다. R v Secretary of State, ex parte Bentley [1993] 사건에서는 내무장관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사법심사를 허용했고, R v Secretary of State, ex parte Everett [1989] 사건에서는 외무장관의 여권발급 권한이 국가 안보나 외교 정책과 무관하므로 법원이 검토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영국의 사법부는 외교 관계, 국가 안보, 군사 방위 등의 정치적 사안들에 대하여는 개입하기를 꺼려하거나 소극적으로 심사한다. 결과적으로 일부 행정부의 권한들, 특히 Royal Prerogative 국왕대권國王大權에 근거한 권한 행사에 대하여는 완전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영국식 권력분립은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와 관습적 규범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성문헌법이 없는 영국 헌법 체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