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조항 Exemption Clauses에 대한 보통법 Common Law 원칙들

계약의 면책 조항 exemption clause란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 tort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두는 조항 term을 말한다. 또한, 계약 위반에 대한 당사자의 구제 수단 remedies를 제한하거나 축소하려는 조항 역시 면책 조항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러한 면책 조항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선결적으로 계약 위반 breach of contract이나 불법행위 tort가 발생했어야 한다.

면책 조항의 효력은 보통법 Common Law과 제정법 Statutes에 의해 규율된다.

서명을 통한 면책 조항의 편입 Incorporation by Signature

계약 문서에 서명이 이루어진 경우, 해당 문서 내의 조항들은 원칙적으로 계약의 일부로 편입된 것으로 간주된다. 당사자가 서명 당시 해당 조항을 읽지 않았더라도 그 효력은 동일하게 인정된다. L’Estrange v Graucob Ltd [1934] 2 KB 394

이때 면책 조항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당사자가 반드시 문서에 서명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소를 제기하는 원고 claimant가 서명한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단, 서명된 문서는 법적으로 계약서로서의 성격contractual document을 지녀야 한다.

비록 피해 당사자가 서명을 했더라도 면책 조항이 편입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첫째, 조항을 식별할 수 없는 not legible 경우이다 (단, 단순히 글씨가 작은 것은 허용된다). 둘째, 서명 당시 면책 조항의 내용에 대해 허위 진술이나 부정확한 설명이 있었고, 당사자가 그 설명에 의존하여 서명한 경우이다. Curtis v Chemical Cleaning [1951] 1 KB 805

모든 면책 조항이 서명된 문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차권이나 게시판의 공지사항 등 서명 없는 문서 unsigned documents나 통지 notices에 포함된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에도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다.

면책 조항에 대한 보통법 Common Law 원칙들

면책 조항이 서명된 문서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예: 표, 게시판 공지 등), 보통법 Common Law는 해당 조항이 계약의 일부로 유효하게 편입 incorporation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석 construction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통지에 의한 편입 Incorporation by Notice

서명이 없는 경우, 면책 조항이 계약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번째, 면책 조항이 포함된 문서는 법적으로 ‘계약적 성격 contractual nature를 지녀야 한다. 합리적인 사람 reasonable person이 보았을 때 계약 조건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문서여야 한다. Chapelton v Barry Council [1940] 1 KB 532 

예를 들어, 해변 의자 대여 시 받은 티켓은 단순히 대여료 영수증으로 간주될 뿐 계약서의 성격을 갖지 않으므로, 그 뒷면의 면책 조항은 효력이 없다. 반면, 철도 승차권 등은 통상적으로 계약 문서로 간주된다.

두번째,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면책 조항에 의존하려는 당사자는 상대방이 그 조항을 알 수 있도록 ‘합리적인 조치 reasonable steps’을 취해야 한다. 상대방이 실제로 그 조항을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충분한 통지 노력을 했는가가 핵심이다. Parker v South Eastern Railway (1877) 2 CPD 416 

법원은 문서상 조항의 위치 (뒷면에 있을 경우 P.T.O. 등의 문구 유무)나 조항의 현저성 prominence 등을 고려한다.

세번째, 일반적인 면책 조항은 문서를 건네주는 것만으로도 합리적 조치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이례적이거나 가혹한 경우 unusual or onerous clauses, 가장 명시적인 방법 most explicit way로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소위 ‘Red Hand Rule’). Thornton v Shoe Lane Parking [1971] 2 QB 163

예를 들어, 단순한 손해배상 면책을 넘어 신체 상해 personal injury에 대한 책임까지 배제하려는 조항은 이례적인 것으로 보아, 더 강력한 통지가 필요하다. Interfoto Picture v Stiletto [1989] QB 433 지나치게 높은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항 역시 별도의 명시적 통지가 없다면 효력이 없다. (단, 상대방이 사업자라면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네번째, 통지의 시기 timing에 관하여, 모든 통지는 반드시 계약이 최종적으로 성립 finalised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호텔 체크인 후 객실 내에 비치된 면책 공고는 계약 성립(체크인) 이후에 제시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 Olley v Marlborough Court [1949] 1 KB 532 또는, 주차권 발권 기계에 돈을 넣을 때 계약이 성립하므로, 티켓을 받은 후에야 볼 수 있는 면책 문구는 효력이 없다. Thornton v Shoe Lane Parking [1971] 2 QB 163

과거 거래에 의한 편입 Incorporation by Previous Dealing

이번 계약에서 통지가 다소 늦었거나 부족했더라도, 당사자 간에 ‘과거 거래 previous dealing이 존재한다면 면책 조항이 편입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면책 조항이 편입되려면, 거래가 충분히 빈번하여 거래의 과정 course of dealing을 형성해야 하며 그 거래 방식이 일관적 consistent이어야 한다. Kendall v Lillico [1969] 2 AC 31

예를 들어, 5년 동안 3-4회의 거래가 있었던 것만으로는 ‘거래의 과정’을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Hollier v Rambler Motors [1972] 2 QB 71 또는, 거래가 잦았더라도 때로는 서명을 받고 때로는 받지 않는 등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면 면책 조항은 편입되지 않는다. McCutcheon v MacBrayne [1964] 1 All ER 430

면책 조항의 해석 Construction of Exemption Clause

면책 조항이 계약에 편입되었더라도, 그 내용이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따라 효력이 달라진다.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Contra Proferentem Rule

면책 조항의 문구가 모호하거나 불분명할 경우, 법원은 그 조항을 작성하고 의존하려는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즉,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Houghton v Trafalgar Insurance [1954] 1 QB 247

과실 책임의 배제 Exemption Clauses and Negligence

과실 negligence로 인한 책임을 배제하려면 조항이 매우 신중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과실 배제를 위한 면책 조항에 대하여는 판례법을 통해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있다. Canada Steamship v The King [1952] AC 192

우선, 조항 내에 ‘과실 negligence’라는 단어나 동의어를 사용하여 명시적으로 과실 책임을 배제한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한 명시적 언급이 부재한 경우에 법원은 해당 조항이 과실 negligence를 포함할 만큼 충분히 넓은지 (예: howsoever caused 등의 문구가 사용되었는지) 살펴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조항에 사용된 문구가 넓더라도, 과실 negligence 외에 다른 책임 (예: SGA 1979 상의 무과실 엄격 책임 strict liability)까지 포괄하도록 작성되었다면, 법원은 해당 조항을 그 다른 책임에만 적용하고 과실 책임은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 상업적 거래 commercial cases에서는 계약 당사자의 실제 의도를 중시하여 유연하게 해석하기도 한다. Monarch Airlines v Luton Airport [1997] CLC 698

중대한 계약 위반 Very Serious Breaches

과거에는 근본적 위반 fundamental breach가 발생할 경우 면책 조항이 무효라는 법리가 있었으나, 현재는 문구의 해석 문제로 본다. 면책 조항이 중대하고 고의적인 위반까지 포함하도록 명확하게 작성되었다면 그 효력을 인정한다. Photo Production v Securicor [1980] AC 827

책임 제한 조항 Limitation Clauses

기본적으로 법원은 책임 제한 조항 limitation clauses의 해석과 면책 조항 exemption clauses의 해석에 동일한 해석 원칙을 적용한다. 그러나, 책임을 완전히 배제 exclusion하는 조항과 달리, 책임을 특정 금액으로 제한 limitation하는 조항은 법원이 덜 엄격하게 해석할 수 있다. 당사자가 위험을 배분하고 책임을 제한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