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영국법에서 계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성립되려면 agreement, contractual intention, consideration 등의 3가지 필요 요소들이 존재해야 한다.
Consideration (대가)
Consideration (약인約因 혹은 대가) 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약속 (a promise to do something) 또는 상대방의 약속에 대한 대가 (the price one party pays for the other party’s promise)를 의미한다. (Sir Frederick Pollock) Consideration은 상대방에게는 benefit (이익)이 되거나, 제공자에게는 detriment (불이익)이 되어야 한다. 두 요소가 모두 있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둘 다 필요하지는 않다. Currie v Misa (1875) LR 10 Ex 153
약속을 법적으로 강제하려면 보통 consideration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consideration이 없으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사이의 합의 혹은 사회적 합의 (domestic/social agreements)에 계약적 의도 contractual intention이 없다고 보는 것은 consideration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Balfour v Balfour [1919] 2 KB 571
Unilateral contract (일방 계약)이나 보상 광고 (reward offer)의 경우, 승낙자가 보상 청약을 알지 못한 채 제시된 행위를 하였다면 consideration이 없으므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R v Clarke (1927) 40 CLR 227
Sufficiency and adequacy (충분성과 적정성)
계약의 대가는 충분해야 하지만 반드시 적정할 필요는 없다 (consideration must be sufficient, but not adequate). Chappell v Nestle [1960] AC 87
물론 consideration은 일정한 가치 (value)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가치가 상대방의 약속 가치와 균형을 이룰 필요는 없다.
따라서 다음의 예시들은 consideration으로 간주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단순히 ‘불평을 멈추는 것 (stopping complaining)’은 consideration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부작위 행위가 consideration으로 간주된다면 무수히 많은 소송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White v Bluett (1853) 23 LJ Ex 36
또다른 예로, ‘술·담배·도박을 끊는 것 (stopping drinking, smoking, or gambling)’ 역시 consideration이 될 수 없다. 이는 제공자 자신에게 이익일 뿐, 불이익 (detriment)이 아니기 때문이다. Hamer v Sidway (1891) 27 NE 256
Past Consideration (과거의 대가)
과거의 대가는 대가로 인정되지 않는다 (past consideration is not consideration). 다시 말해, 과거의 행위는 나중의 약속을 위한 충분한 consideration이 될 수 없다. Roscorla v Thomas [1842] QB 234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래의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 과거의 consideration도 충분한 consideration으로 간주될 수 있다:
- 첫번째, 그 행위가 나중에 약속을 한 자 (promisor)의 요청 (request)에 의해 이루어졌어야 한다. Lampleigh v Brathwait (1615) Hob 105
- 두번째,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그 행위가 어떤 보상으로 보답될 것임을 상호 이해했어야 한다. Re Casey’s Patents v Casey [1892] 1 Ch 104
- 세번째, 그 보상이 사전에 약속되었더라도 법적으로 집행 가능한 내용과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즉, 일반 계약의 요건을 충족하는 성격의 대가이어야 한다.
Performance of Existing Duties (기존 의무의 이행)
법이나 공적 의무 (public duty)에 따른 기존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consideration이 되지 않는다. Collins v Godefroy (1831) 1 B&Ad 950 그러나 일반적인 공적 의무를 초과하는 행위를 하면 consideration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Glasbrook Bros v Glamorgan Council [1925] AC 270
제3자 (third party)에게 진 기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consideration이 될 수도 있다. Scotson v Pegg (1861) 6 H&N 3295 그러나 계약 상대방에게 진 기존의 계약상 의무를 단순히 이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consideration이 될 수 없다. Stilk v Myrick (1809) 2 Comp 317
기존 의무의 이행이 consideration이 될 수 없다는 Stilk v Myrick 판례의 법 원칙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case들에서 쟁점으로 다루어졌다. 50여년 후에야 기존 계약 의무를 초과하는 행위를 하면 consideration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예외가 인정되었다. Hartley v Ponsonby (1857) 7 E1&B1 872
이후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Stilk v Myrick 원칙에 대한 수정 modification이 이루어졌다. Williams v Roffey Bros [1991] 1 QB 1 판례에서 법원은, 기존 계약 의무의 이행이 상대방에게 실질적이고 상업적인 이익 (practical or commercial benefit)을 제공하고, 강압 (duress)이나 사기 (fraud)가 없다면 consideration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Williams v Roffey Bros 판례의 원칙은 기존 의무 이행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있는 상황에 한정된다. 따라서 채무 일부 상환 (part payment of debt)의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Re Selectmove [1995] 1 WLR 474
Williams v Roffey Bros 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5가지 요건을 Glidewell 가이드라인이라고 부른다 (해당 사건 판사의 이름 Glidewell LJ에서 유래):
- 양 당사자 간에 유효한 계약이 있고, A가 B를 위해 일을 하거나 물품을 공급하며, B는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을 것.
- B가 A가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 의심할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
- B가 A가 의무를 제때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추가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을 것.
- 추가 대가 약속의 결과로 A 측에 실질적 이익 (practical benefit)이나 불이익 방지 (obviating disbenefit)가 발생할 것.
- A가 경제적 강압 (economic duress)이나 사기 (fraud)를 통해 추가 대가 약속을 얻어낸 것이 아닐 것.
Part Payment of Undisputed Debts (확정 채무의 일부 상환)
기존 확정 채무에 대한 일부 상환은 채권자가 나머지를 면제하겠다는 약속의 consideration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채무자가 일부 상환을 하였다 하여도, 그것이 채권자로 하여금 잔여 채무에 대한 추심이나 이자 청구를 포기할 consideration 으로 기능할 수 없다. Foakes v Beer (1884) 9 App Cas 605
그러나 이 법 원칙에도 3가지 예외가 존재한다.
- 첫번째, 채무자가 다른 형태 (예: 현금 대신 물품)로 일부 상환을 제공하거나 조기 지급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원래의 상환액 보다 낮은 금액을 수령하겠다는 약속의 consideration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 경우, 제공된 물품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Pinnel’s Case (1602) 5 Co Rep 117a
- 두번째, 계약 당사자인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채무 일부를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경우에도 예외가 발생한다. 만약 채권자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에게 잔여 채무의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면, 제 3자에 대한 fraud 사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세번째, 채무자와 채권자가 Doctrine of Promissory Estoppel (금반언 약속의 원칙) 하에서 분쟁 중인 경우에도 예외가 발생한다.